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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반성 없는 일본]“日, 위안부 강제모집 증거 많지만 외면”

동아일보

입력 2012-09-01 03:00:00 수정 2012-09-01 13: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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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죄 ‘고노담화’ 이끌어낸 요시미 요시아키 교수 인터뷰

“북한 정부 문서에 ‘일본인을 납치하라’고 돼 있는 게 없다고 북한의 ‘일본인 납북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도 되는 건가.”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1993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관방장관 담화를 이끌어낸 요시미 요시아키(吉見義明·66·사진) 주오(中央)대 교수는 31일 “일본군이 강제로 위안부를 모집했다는 증거는 매우 많다. 일본 정치인들이 진실에 눈과 귀를 닫고 각종 증거를 보지 않을 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1992년 1월 일본 방위청(현 방위성) 방위연구소 도서관에서 일본군이 위안부 문제에 직접 관여한 사실이 담긴 공문서 6점을 발견해 아사히신문에 제보했다. 그 후 일본 정부는 진상조사를 벌였고, 1993년 8월 ‘일본군이 강제로 위안부를 모집하는 데 관여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발표했다.

최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大阪) 시장 등 일본 정치인들이 잇달아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연행 사실을 부정하는 것을 그는 어떤 생각으로 지켜봤을까. 하시모토 시장은 심지어 “위안부가 일본군에 폭행, 협박을 당해 끌려갔다는 증거를 한국이 내놨으면 좋겠다”라고까지 말했다.
▼ “日 반증 없으면 위안부 증언 법적효력” ▼

1993년 ‘고노 담화’를 이끌어 낸 요시미 요시아키 일본 주오대 교수는 31일 대학 집무실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최근 일본이 과거사를 부정하는 것에 대해 “자기반성이 불충분하고,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요시미 교수를 주오대 연구실에서 만나 위안부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최근 일본 정치인들이 앞다퉈 고노 담화를 부정하는 발언을 하는데….

“그들은 ‘위안부 강제 동원’이라고 적힌 정부 공문서가 없다는 것을 근거로 그렇게 주장한다. 하지만 누가 공문서에 ‘위안부를 강제로 모집하라’고 적겠는가.”

―공문서로 된 증거는 확실히 없나.

“일본군이 위안소를 설치하고 위안부를 강제로 모집하는 데 관여한 사실은 명백하고 증거도 매우 많다. 1940년 10월에 작성된 미국 공문서는 속아서 미얀마(당시 버마)에 온 한국 위안부 20명의 이야기가 적혀 있다. 1948년 11월 도쿄(東京) 재판소 판결에는 일본군이 중국에서 강제로 위안부를 모집한 내용이 적혀 있다. 일본 정치인들은 이런 사실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일부 정치인은 일본군이 아니라 민간업자가 위안부를 모집했다고 주장한다.

“일본군이 직접 나서 위안부를 모집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위안소는 군대가 직접 마련했다. 민간업자들이 위안부를 데려오면 군대는 유괴(속여 데려왔다는 의미) 혹은 인신매매(돈을 주고 위안부로 사왔다는 의미)가 아닌지 일일이 확인했다. 유괴나 인신매매가 명백해도 군대는 민간업자를 전혀 처벌하지 않았다. 이런 기록들을 볼 때 일본군이 위안부 모집에 관여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왜 정치인들이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모집을 부정하나.

“위안부 문제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군대가 위안부를 강제로 모집했다’는 공문서가 있느냐, 없느냐만 이야기한다. 퇴역 일본군의 회고록, 한국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증언도 상대방의 반증이 없으면 법적 증거로 인정될 수 있다.”

―일본 정치인들은 자신의 주장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인가.

“농담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일본은 북한에 피랍 일본인 문제 해결을 매번 요청한다. 하지만 북한 공문서에 ‘일본인을 납치해라’고 돼 있는 게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납북자 문제는 없다’고 주장해도 되는 것 아닌가.”

―정치인뿐 아니라 극우단체들도 고노 담화를 부정한다.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일본이 과거사에 사과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20∼30년 전이다. 그 전에는 과거사를 문제 삼지 않았다. 자기반성이 불충분했다. 또 한 가지는 일본인들의 자신감 부족이다. 현재 경제가 좋지 않고 한국과 중국이 부상하고 있다. 자신감을 점차 잃으면서 자신이 틀린 것을 인정하지 않고 외부의 공격에 반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노 담화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일본 정부가 위안부의 문제점을 인정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는 못했다. 고노 담화를 기초로 일본 정부가 확실히 책임을 지고 배상했어야 했다. 1996년 아시아여성기금을 만들고 국민 모금을 통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1인당 200만 엔(약 2800만 원)씩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당수 할머니들이 거부했다. 국민이 아니라 정부가 보상금을 모았어야 했다.”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만들기 위해 정치인들이 어떻게 해야 하나.

“일본 정치인들이 좀 더 공부했으면 좋겠다. 시야를 너무 좁게 하지 말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봤으면 좋겠다. 있었던 일을 없다고 하면 미래지향적인 관계가 될 수 없다. 아무리 (과거사를) 인정하는 것이 고통스러워도 장래의 신뢰 관계를 쌓기 위해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유엔 결의안 추진 카드를 만지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위안부 문제에 확실히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게 일본의 장래를 위해서도 더 낫다. 피해를 본 한국 할머니를 위해서도 그렇다.”

[채널A 영상] 서울-도쿄서 한일 고위급 비공식 회동…일본이 만남 요청

● 요시미 요시아키 교수는

△1946년 12월 30일 야마구치 현 출생
△1970년 도쿄대 문학부 졸업
△1972년 도쿄대 문학부 인문과학연 구과 석사 졸업
△1977년 주오대 상학부 조교수
△현 주오대 상학부 교수
△현 ‘일본의 전쟁책임 자료센터’ 공동 대표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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